해일

2019. 8. 26. 00:19 from Every single day

 술과 담배가 늘었다. 

 

 술은 자주 마신 역사가 꽤 되었기에 별로 주목할 바는 안 되지만, 담배, 그것은 나로서도 생소한 경험이다. 정말 가끔, 어쩔 때는 몇 년을 주기로 한 개피씩 피우곤했던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꽤 자주 한 두개피씩 피우고 들어온다. 솔직히 어떤 날은 담배가 없이도 그럭저럭 보낼 수 있는 밤이지만, 어떤 날은 또 도저히 한 개피라도 피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우울감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집 근처 아무데나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고 우울감이 잦아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언젠가부터는 이런 것에 의지하지 않고는 나를 덮쳐오는 그것을 견디어낼 자신이 없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읽었던 문장엔 외로움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에 중독이라는 병리적인 증상에 빠져든다고 쓰여 있었다. 친절하게 대표적인 예가 홀로 술을 마시는 것과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고 부연하기까지 했더랬다. 뭐,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다. 술의 맛이니, 흡연으로 얻는 좋은 기분이니 하는 것들을 나는 잘 느낄 수 없다. 아무리 비싼 술이라도 내 혀는 그 미묘한 차이를 알기에는 너무 둔하고, 내 몸으로 들어간 담배 연기는 급성의 어지럼증을 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사실 기본적으로, 특히 흡연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행위에 가깝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담배를 피운다. 그 빈도가 많지 않아 세간에서 보나 의학적인 소견에 비추어보나 중독은 아니겠지만, 그 문장에 따르면 나는 중독된 상태가 맞겠지.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15년이 지나도 나는 같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 감정에 매몰되어 무릎을 끌어안고 운다. 용기가 없어서, 나의 징징거림이 거부될까봐,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이렇게 아무도 읽지 않을 글에 남길 때도 최대한 정제해서 그 감정의 표층만을 남겨둔다. 그래서 결국 아무 것도 해결되지 못하고, 외면하고, 묵살하고, 어딘가에 쌓아두고 잊어버린 척하고 나아간다. 

 

 담배를 쥐었던 손가락에는 역한 담배 냄새가 짙게 남아있다.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가 담배를 피우고 난 후 몸에 배어있는 담배 냄새가 좋아- 라고 누군가 옛날에 말했던 게 기억난다. 그 친구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 한마디는 어쩐지 항상 내 기억에 남아있다. 담배와 사랑, 담배와 외로움, 아마 나에게 있어 담배란 그런 감정들과 결부되어 손가락에, 뇌리에 배어있는 것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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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과비 :